- "불은 순식간이었다."
평생을 건어물 장사에 바친 상인들의 삶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잿더미가 되었다. 묵호시장의 세 점포는 완전히 전소됐고, 인근 점포까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피해 상인들에게는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이 무너진 비극이었다.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있었던 피해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화재 이후 묵호시장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시장 내 일부 소화전의 이상을 한 달 전부터 알렸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현재 화재 원인과 당시 소방용수 공급 상황은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누구의 책임인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왜 불이 났는가"가 아니다.
소화전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가.
소방용수는 충분히 공급됐는가.
이전에 제기된 시설 이상 신고는 실제 있었는가.
있었다면 누구에게 보고됐고, 왜 조치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행정과 관계기관은 시민 앞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재래시장은 일반 상가와 다르다. 좁은 골목, 밀집된 점포, 오래된 전기시설, 건어물과 포장재 등 가연물이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생사를 가른다. 그래서 소화전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시장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그런데 그 안전장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동해시는 묵호시장만이 아니라 모든 전통시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소화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수압은 충분한지, 밸브와 배관은 노후되지 않았는지, 소방차 진입로는 확보되어 있는지, 상인들은 실제 화재 발생 시 대응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지까지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역시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더 이상 "점검 완료"라는 보고서 한 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이 믿을 수 있는 안전은 현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화재가 난 뒤 청소차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불이 나기 전에 위험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행정의 존재 이유다.
피해 상인들은 지금 당장의 생계가 막막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보다 신속한 복구와 실질적인 지원이다. 임시 영업공간 마련, 긴급 생계지원, 금융 지원과 보험 절차 지원까지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책임 행정'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만약 조사 결과 시설 관리의 소홀이나 반복된 민원 방치가 확인된다면,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은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할 때 시민의 신뢰를 얻는다.
묵호시장은 동해시의 얼굴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전통시장이고,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삶의 현장이다. 그 안전은 결코 운에 맡길 수 없다.
이번 화재는 네 개 점포의 피해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해시는 이번 사고를 '전통시장 안전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소화전 하나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화전 하나가 상인의 삶을 지킨다.
그 당연한 원칙이 더 이상 무너져서는 안 된다.
[제안]
묵호시장 화재를 계기로… 동해시 전통시장 안전혁신 10대 과제
"사고가 나면 복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는 악순환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묵호시장 화재는 단순한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전통시장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동해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음과 같은 안전혁신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1. 전통시장 소화전 100% 긴급 전수조사
묵호시장뿐 아니라 북평민속시장, 동쪽바다중앙시장 등 모든 전통시장의 소화전, 소방용수, 배관, 밸브를 즉시 점검하고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한다.
2. 노후 소방시설 전면 교체
사용연한이 지난 소화전과 배관, 소방설비는 예산을 우선 확보해 단계적으로 교체한다.
3. 월 1회 정기점검 의무화
점검은 설치가 아니라 유지관리다. 소방서·동해시·상인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기점검 체계를 구축한다.
4. 점검 결과 공개제 도입
'이상 없음'이라는 말보다 실제 점검일과 수리 이력을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5. 화재 취약 전기시설 특별점검
건어물시장과 음식점 등 화재 위험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전기배선과 차단기, 분전반을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6. 상인 참여형 화재 대응훈련
연 2회 이상 소방서와 합동으로 실제 상황을 가정한 대피 및 초기 진압 훈련을 실시한다.
7. AI 기반 화재감지 시스템 확대
연기와 열을 조기에 감지하는 스마트 감지기와 CCTV를 설치해 야간이나 무인 시간대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8. 소방차 진입로 확보
시장 내 적치물과 불법 주정차를 상시 관리해 긴급차량 진입이 가능한 환경을 유지한다.
9. 피해 상인 긴급지원 체계 마련
화재 발생 시 임시 영업공간, 긴급 생계비, 저리 융자, 행정절차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매뉴얼을 구축한다.
10. '전통시장 안전협의체' 구성
동해시, 소방서,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인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개선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소화전 하나를 점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화전 하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잃게 되는 것은 상인의 생계이고, 시민의 안전이며, 지역경제의 신뢰입니다.
묵호시장 화재가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고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동해시 전통시장 안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행정과 지역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안전은 사후 복구가 아니라 사전 예방입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상인의 삶을 지키는 일은, 외양간을 고친 뒤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소를 잃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서 완성됩니다."
BEST 뉴스
-
[지형덕칼럼] 동해 AI데이터센터, 규모보다 수요와 효율을 증명해야 한다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장…동해시와 GS는 단계별 수요·전력 사용·지역 혜택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Emerging technologies aim to improve AI computing efficiency. Donghae and GS should explain phased demand, power requirements and tangible local benefits. AI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
[지형덕칼럼] 동해시장, AI데이터센터의 ‘규모’보다 ‘실익’을 증명하라
GS의 냉각기술 개발과 도의회의 상생 요구가 던지는 질문…전력·물·고용·지역기업 참여를 검증 가능한 계획으로 제시해야 한다 GS’s cooling technology initiative and provincial calls for community benefits demand verifiable plans for power, water, employment and local business participation. 동... -
동해 AI데이터센터, 전기는 어디서 오나…화력발전 연계 계획 설명 필요
동해 AI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전력공급과 관련해 화력발전소 연계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을 설명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규모 전력 확보 여부와 함께 어떤 발전원에서 전기를 조달하고, 기존 발전소 운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 -
[기자의눈]동해 AI데이터센터, 시민의 알권리에서 상생을 시작하자
전력·물·생활환경과 지역 일자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신뢰의 출발점…동해시와 GS가 사업 초기부터 공개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Clear information on power, water, living conditions and local jobs is essential to trust. Donghae and GS should establish transparent communication from the outs... -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민의 ‘열섬·농작물 피해’ 우려에 자료로 답해야
시사K뉴스|지형덕 기자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변 주민들이 걱정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열이다. 기존 산업시설이 들어선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가동되면 여름철 생활환경과 인근 농작물에 부담이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주민설명회에서는 인근 포도농원의 피해를 호소하며 데이터센터 조성 이후 ... -
[지형덕칼럼] 강릉 AIDC 논란의 교훈…동해시장, 상생에도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라
지형덕|시사K뉴스 강릉 AI데이터센터 유치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정당 간 비난의 강도보다 사업의 실제 준비 수준이다.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협의 중인지, 전력과 부지 등 필수 조건은 어느 단계까지 확보됐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의힘 강원지역 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