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책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투자라기보다 재정 낭비에 가깝다.
강삼영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가 공개한 주요 재정사업 분석 결과는 강원교육 재정 운용에 적지 않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시설사업비의 과도한 편성, 수천억 원 규모 정책의 성과 검증 부재, 반복되는 이월예산, 급격히 줄어든 재정안정화기금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교육행정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시설투자는 필요하지만 '묻지마 예산'은 안 된다
학교 시설 개선은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예산을 많이 편성하는 것이 곧 좋은 행정은 아니다.
2022년 4,320억 원이던 시설사업비가 2026년에는 7,77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이월률 역시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계획보다 예산이 앞선 행정이 반복됐음을 보여준다.
집행할 수 없는 예산을 미리 편성하면 다른 교육 현안에 사용할 재원이 묶이게 된다. 결국 필요한 곳에는 돈이 부족하고, 예산은 장부 속에서만 늘어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교육재정은 보여주기식 숫자가 아니라 실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스공학'은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신경호 교육감 시절 대표 정책이었던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문화 만들기(스공학)' 사업도 이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4년 동안 1,116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교육격차 해소, 학교문화 개선이라는 성과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제시되지 못했다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당연히 검토되어야 한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교육정책은 반드시 투입(Input)-과정(Process)-성과(Output)-효과(Outcome)까지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저녁급식비와 각종 수당 중심의 예산 집행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부분이다.
예산은 "얼마를 썼느냐"보다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
복지는 확대보다 효과가 먼저다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학부모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실제 학부모들이 얼마나 혜택을 체감했는지 분석이 없다면 정책의 완성도는 부족하다.
복지예산은 확대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정책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전자칠판 논란도 투명성이 답이다
전자칠판 지원사업 역시 특정 업체 논란과 구매 방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보다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
교육 기자재는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교육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유치원 교육과정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줄어드는 재정안전판도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감소다.
재정은 경기 침체나 세수 감소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판이 필요하다.
수년 만에 기금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교육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교육은 AI, 디지털교육, 학생 맞춤형 지원 등 새로운 투자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
지금부터라도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 학생들이 그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
강원교육은 이제 '성과 중심 재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강삼영 교육감 당선인이 강조한 "학생 중심 교육"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예산도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
사업을 없애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성과가 입증된 사업은 확대하고,
효과가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개선하며,
불필요한 예산은 학생과 교실로 돌려주는 재정 혁신이 필요하다.
교육예산은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 한 사람의 미래를 위한 가장 소중한 투자여야 한다.
이번 인수위원회의 문제 제기가 단순한 정권 교체의 명분이 아니라, 강원교육 재정이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예산은 많이 쓰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것이 행정의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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