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AIDC 상생은 지금부터 검증해야
요약
미국 사례가 동해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지역사회가 사업의 비용과 위험, 편익을 확인할 통로가 부족하면 갈등은 커지고 사업 일정과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동해 AIDC의 상생은 협의체 출범이나 협약 체결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시민의 알권리, 환경피해 예방, 지역기업의 실질적 참여와 청소년 인재육성이 사업 초기부터 함께 설계되고 이행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지난 6일 동해시의원 4명이 공동 주최한 ‘동해시 AI 데이터센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강연회에서는 데이터센터의 기본 개념과 동해시가 준비할 과제가 다뤄졌다. 그중 시민과 산업단지 입주자들의 걱정을 키운 쟁점은 소음, 특히 저주파 소음이었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만 설치하면 운영되는 시설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 통신망, 보안·유지관리 체계,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지역의 기회가 되려면 건설 계획뿐 아니라 누가 운영하고 누가 이용하는지, 지역에는 어떤 일자리와 산업 효과가 생기는지, 환경영향을 어떻게 예방할지를 함께 밝혀야 한다.
미국에서 커진 데이터센터 논쟁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빠른 확장을 둘러싸고 전력요금과 물 사용, 환경영향, 주민 참여와 세제 혜택이 쟁점이 됐다. AP에 따르면 2026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주지사 후보 34명 가운데 32명이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나 제한을 지지했고, 12명은 금지나 유예를 지지했다. 완료된 지방 주민투표 45건 가운데 44건에서도 제한 조치가 통과됐다. apnews.com
이를 미국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지역에 따라 새 사업의 승인이나 인허가를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전력망과 수자원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거나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대응 방식은 다르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소속 현직 주지사도 전력망과 환경 관련 감사를 마칠 때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허가를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쟁은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비용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지역사회가 어떤 혜택을 받는지에 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gov.texas.gov
미국의 규제 강화가 한국으로 투자를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1월 6일 공개된 증권사 분석은 GS 동해 AIDC의 잠재 고객 협상이 진행 중이며, 1단계 계약을 연말에서 내년 초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다만 이는 증권사 보고서에 담긴 분석과 전망이다. GS가 고객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www.newspim.com
사업 주체와 운영사, 사용자는 다른 역할
시민들이 사업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사업 주체와 운영사, 사용자, 신탁사의 역할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사업 주체·개발사는 부지와 자금을 마련하고 인허가와 건설을 추진한다. GS는 GS AI인프라를 동해 사업 주체로 공개했고, 첫 100MW급 시설의 건축허가는 ㈜동해에이아이제3캠퍼스가 신청했다. 동해시는 2026년 10월 1일 해당 시설의 건축허가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발 법인과 첫 건물의 허가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이지, 실제 운영사나 고객사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www.yna.co.kr
운영사는 시설의 전력·냉각·보안·통신·유지관리를 맡는다. 개발사가 직접 운영할 수도 있고, 별도의 전문 운영사가 맡을 수도 있다.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동해 AIDC를 실제로 운영할 회사가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사용자 또는 고객사는 데이터센터 공간이나 전력, GPU 서비스 등을 계약해 이용하는 기업이다. GS는 고객 계약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9월 보도 당시에는 GS 관계자가 여러 기업과 접촉하고 있지만 이용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11월 6일 증권사 보고서는 잠재 고객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계약 체결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cbiz.chosun.com
신탁사는 신탁계약에 따라 토지나 사업 관련 자산을 관리하거나 금융·개발 업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회사다. 신탁법은 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맡기고, 수탁자가 정해진 목적에 따라 관리·처분·운용·개발하는 관계를 규정한다. 신탁사는 운영사나 고객사와 같은 역할이 아니며, 사업에 반드시 신탁사를 두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공개자료에서는 GS 동해 AIDC의 신탁사 선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www.law.go.kr
GS는 동해 1단계 1.2GW 사업에 약 15조원을 투자하고 자기자본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고객 계약에 맞춰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과 실제 착공·금융조달·전력 확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사업자가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cbiz.chosun.com
저주파 소음, ‘1㎞ 영향’은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다
강연회에서 제기된 저주파 소음 우려는 주민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 팬과 공조설비, 펌프, 변압기, 비상발전기 등이 소음원이 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은 ‘웅웅거림’이나 진동감으로 느껴질 수 있고, 일반적인 차음벽만으로 충분히 줄어드는지도 장비와 현장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다만 특정 데이터센터의 저주파 소음이 반드시 1㎞까지 영향을 준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실제 영향은 장비의 종류와 배치, 운전 부하, 방음·방진 설계, 지형과 건물, 측정 지점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강연회에서 나온 거리 관련 설명은 해당 사업의 실측이나 검증 결과와 구분해, 주민 우려이자 추가 확인이 필요한 주장으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
환경부의 저주파 소음 관리 가이드라인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안내는 12.5~80Hz 대역을 1/3옥타브 단위로 측정해 소음 원인을 판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서울시 안내에 따르면 이 판단기준은 처벌이나 규제를 위한 수치라기보다 저주파 소음의 원인 여부를 살피는 데 활용된다. www.me.go.kr
건강영향 역시 단정은 피해야 한다. 202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저주파·초저주파 노출과 관련해 소음에 대한 불편감과 민감성에는 중간 정도의 근거가 있지만, 수면·심혈관·인지·정신건강 등 다른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근거의 확실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므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거나 ‘건강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주민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줄이고 실제 영향을 확인할 절차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www.lifescience.net
다가오는 시민설명회에서 GS는 첫 100MW 시설과 장기 캠퍼스 계획을 구분해 소음 시뮬레이션을 제시해야 한다. 냉각 팬·펌프·변압기·비상발전기 등 주요 소음원, 정상 및 최대 부하, 야간 운전 조건, 주거지와 산업단지·숙소 등 측정 지점을 밝혀야 한다. 저주파 대역별 예측값과 방음·방진 대책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동해시는 사업자가 제시한 결과를 독립적인 전문기관이 검증하도록 하고, 공사 전 기준선 측정과 가동 후 실측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의체는 약속의 실행 여부로 평가받아야
동해시는 11월 9일 AIDC 지역상생협력 킥오프 회의를 열고 분야별 실무분과를 운영해 12월 GS그룹과 상생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가 실질적인 통로가 되려면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와 절차, 지역인력 채용 목표, 청소년 교육·현장실습·채용 연계 계획을 구체적인 수치와 일정으로 제시해야 한다. 위원 구성과 회의 결과, 과제별 책임 주체와 이행 상황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지역 일자리와 인재육성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회사가 시설을 운영하고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직무와 지역에 남는 경제적 효과도 달라진다. 소음과 환경영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사업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미국 사례가 동해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지역사회가 사업의 비용과 위험, 편익을 확인할 통로가 부족하면 갈등은 커지고 사업 일정과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동해 AIDC의 상생은 협의체 출범이나 협약 체결만으로 판정할 일이 아니다. 시민의 알권리, 환경피해 예방, 지역기업의 실질적 참여와 청소년 인재육성이 사업 초기부터 함께 설계되고 이행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BEST 뉴스
-
[지형덕칼럼] 동해 AI데이터센터, 규모보다 수요와 효율을 증명해야 한다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장…동해시와 GS는 단계별 수요·전력 사용·지역 혜택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Emerging technologies aim to improve AI computing efficiency. Donghae and GS should explain phased demand, power requirements and tangible local benefits. AI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
[지형덕칼럼] 동해시장, AI데이터센터의 ‘규모’보다 ‘실익’을 증명하라
GS의 냉각기술 개발과 도의회의 상생 요구가 던지는 질문…전력·물·고용·지역기업 참여를 검증 가능한 계획으로 제시해야 한다 GS’s cooling technology initiative and provincial calls for community benefits demand verifiable plans for power, water, employment and local business participation. 동... -
동해 AI데이터센터, 전기는 어디서 오나…화력발전 연계 계획 설명 필요
동해 AI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전력공급과 관련해 화력발전소 연계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을 설명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규모 전력 확보 여부와 함께 어떤 발전원에서 전기를 조달하고, 기존 발전소 운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 -
[기자의눈]동해 AI데이터센터, 시민의 알권리에서 상생을 시작하자
전력·물·생활환경과 지역 일자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신뢰의 출발점…동해시와 GS가 사업 초기부터 공개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Clear information on power, water, living conditions and local jobs is essential to trust. Donghae and GS should establish transparent communication from the outs... -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민의 ‘열섬·농작물 피해’ 우려에 자료로 답해야
시사K뉴스|지형덕 기자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변 주민들이 걱정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열이다. 기존 산업시설이 들어선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가동되면 여름철 생활환경과 인근 농작물에 부담이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주민설명회에서는 인근 포도농원의 피해를 호소하며 데이터센터 조성 이후 ... -
[지형덕칼럼] 강릉 AIDC 논란의 교훈…동해시장, 상생에도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라
지형덕|시사K뉴스 강릉 AI데이터센터 유치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정당 간 비난의 강도보다 사업의 실제 준비 수준이다.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협의 중인지, 전력과 부지 등 필수 조건은 어느 단계까지 확보됐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의힘 강원지역 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