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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K뉴스 정책리포트】대학 없는 동해, AI시대에는 도시 전체를 캠퍼스로 만들자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9.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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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에서 묻는다…AI데이터센터 시대, 대학·기업·도시는 얼마나 가까워야 하는가
  • 한림대와 광역 AI 협력은 키우고, 삼척·강릉 생활권 대학과 현장 산학협력도 넓히는 ‘개방형 대학 생태계’ 검토할 때

■ 대학이 없는 도시에서 시작되는 질문


동해에는 현재 4년제 대학의 본교나 캠퍼스가 없다.


AI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미래산업을 이야기하면서 이 현실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과 AI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과 서버, GPU, 변전시설을 갖추면 데이터센터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연구가 이루어지고 기업이 생기고 청년이 취업하고 다시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는 생태계는 건설공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 흔히 대학이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없는 동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멀리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할까.


아니면 삼척·강릉처럼 학생과 교수가 수시로 왕래할 수 있는 생활권 대학과 더욱 밀접한 산학협력을 구축해야 할까.


필자는 이 질문을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동해가 대학이 없는 도시라는 조건을 역으로 활용해 여러 대학이 참여하는 **‘개방형 AI 캠퍼스 도시’**를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 스탠퍼드가 실리콘밸리를 만든 것은 ‘학과 하나’가 아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학이 스탠퍼드다.


그러나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의 관계를 단순히 “좋은 대학 옆에 기업이 모였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 관계는 수십 년 동안 만들어졌다.


1930년대 스탠퍼드 공대 교수였던 프레더릭 터먼은 학생들에게 연구에 머무르지 말고 기술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도록 장려했다.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 역시 스탠퍼드에서 공부한 뒤 HP를 창업했다.


1950년대에는 대학과 기업의 물리적 거리까지 좁혔다.


스탠퍼드는 대학 부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술기업들이 대학 가까이에 자리 잡도록 했다.


오늘날의 Stanford Research Park다.


Varian Associates를 시작으로 HP 등 기술기업들이 들어왔고 연구자와 학생, 기업 기술자들이 가까운 공간에서 교류했다.


중요한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었다.


**대학의 연구가 기업으로 가고, 기업의 문제가 대학으로 들어오고, 학생이 기업으로 가고, 기업의 기술자가 다시 대학에서 공부하는 순환구조였다.**


스탠퍼드는 1954년 현직 엔지니어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Honors Cooperative Program까지 시작했다.


대학과 산업을 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스탠퍼드 하나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 방위·전자산업, 반도체산업, 벤처자본, 창업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스탠퍼드가 보여준 중요한 교훈 하나는 분명하다.


**산업과 대학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지식과 사람이 더 자주 이동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동해와 춘천의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가


동해시는 이미 한림대학교와 의미 있는 협력을 시작했다.


한림대는 2023년 동해에 ‘한림 M-Campus@동해’를 개소했고 지역혁신과 산업발전을 위한 협력에 들어갔다.


이후 G-Lab@동해를 통해 지역문제와 산업의 AI 전환을 연구했으며, 연구과제 가운데 AI 전환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 제안은 동해시 인공지능 관련 제도와 거버넌스 구축에도 영향을 주었다.


2026년에는 동해시 공무원과 지역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무형 생성형 AI 교육도 진행했다.


동해시 인공지능위원회에는 한림대 최양희 총장이 정책자문 고문으로 참여하고 한림대 교수진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분명 동해의 자산이다.


특히 AI 정책과 연구, 교육 프로그램, 광역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AI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고 관련 산업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질문도 해야 한다.


**산학협력에서 물리적 거리는 얼마나 중요한가.**


정책회의와 연구용역은 원거리에서도 가능하다.


온라인 회의도 가능하다.


그러나 학생이 매주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가고, 교수가 기업의 기술문제를 함께 풀고, 기업 엔지니어가 대학 실험실을 오가며 공동연구를 하는 단계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학협력이 일상화될수록 생활권의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다.

 

■ 가까운 삼척에는 이미 ‘첨단AI공학과’가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곳이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다.


강원대 삼척캠퍼스에는 이미 첨단AI공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교육영역도 AI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정보통신, 전자공학을 비롯해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자동제어, 임베디드시스템 등을 다룬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력전자와 송배전공학까지 교육영역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AI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것은 AI 소프트웨어 개발자만이 아니다.


전기가 필요하다.


서버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냉각과 제어가 필요하다.


전력계통과 통신, 소방과 안전, 사이버보안 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데이터센터가 실제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여러 공학 분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생활권에 있는 대학의 공학·AI 인력과 동해의 산업현장을 연결할 가능성은 충분히 연구해볼 만하다.


■ ‘한림대냐 강원대냐’라는 질문부터 버리자


여기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한림대학교와 협력하고 있으니 다른 대학과 협력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대학과 협력한다고 기존 한림대 협력을 줄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역할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한림대와는 AI 정책, AI 전환전략, 연구, 시민교육, 창업, 광역 네트워크 등 **전략형 협력**을 발전시킨다.


삼척·강릉 등 생활권 대학과는 데이터센터와 기업 현장을 중심으로 **현장형 산학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국의 다른 대학과도 특정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하면 된다.


대학이 없는 것이 오히려 특정 대학 하나에 종속되지 않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동해라는 도시가 플랫폼이 되고 여러 대학이 그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이다.**


■ 1단계는 ‘학과 신설’보다 공동교육부터


AI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당장 동해에 대학이나 학과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산업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과를 먼저 만드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첫 단계에서는 기존 대학과 공동교육과정을 만드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기업과 대학, 동해시가 함께 참여해 다음과 같은 분야의 교육과 현장실습을 시작할 수 있다.


AI 인프라 운영, GPU 서버 관리, 전력·변전, 냉각시스템,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비상전원, 소방안전, 에너지효율, 폐열 활용 등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동해에서 실습한다.


기업 엔지니어는 현장교수가 된다.


대학 교수는 기업의 실제 문제를 연구과제로 가져간다.


기업은 우수한 학생을 채용한다.


이것이 산학협력이다.


■ 2단계, ‘동해 AI 공동교육센터’를 만들 수 있다


산업수요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다음 단계로 동해에 상설 교육거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칭 **‘동해 AI·데이터센터 공동교육센터’**다.


한 대학의 분교가 아니라 여러 대학과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한림대 교수도 와서 가르치고 강원대 교수도 참여한다.


기업 엔지니어도 강의한다.


지역의 고등학생과 청년, 취업준비생, 기업 재직자도 교육받는다.


대학이 없는 도시가 오히려 **여러 대학이 함께 사용하는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 3단계, 산업이 확인된 뒤 학과와 계약학과를 검토하자


데이터센터와 관련 기업이 실제로 들어오고 고용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때 정규 교육과정을 확대할 수 있다.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계약학과나 마이크로디그리, 대학원 과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간단하다.


**“이 과정을 마치면 실제 일자리가 있는가.”**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이 교육을 받은 학생을 실제로 채용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학과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하다.


■ 4단계, 도시 전체를 하나의 ‘AI 캠퍼스’로


더 긴 미래를 상상해보자.


동해에는 대학 담장이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될 수도 있다.


AI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실험실이 된다.


북평산업단지는 산업현장이 된다.


지역기업은 산학협력 연구소가 된다.


유휴건물은 AI교육과 창업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복지시설이나 공공시설에서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활용하는 에너지 실증을 할 수도 있다.


지역 고등학생은 AI 교육을 받고 대학생은 동해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교수와 기업 연구자가 공동연구를 하고 그 결과로 창업기업이 생긴다.


그렇게 된다면 동해에는 대학 건물은 없어도 **대학의 기능**은 존재하게 된다.


■ 스탠퍼드에서 배워야 할 것은 ‘스탠퍼드라는 이름’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보면서 세계적인 대학 하나를 동해에 가져오자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스탠퍼드 사례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가 배울 것은 **연결의 구조**다.


스탠퍼드의 연구가 기업으로 흘러갔다.


기업의 기술자가 대학으로 들어왔다.


학생은 창업했고 기업은 대학 가까이 자리 잡았다.


정부의 연구비가 대학의 연구를 키웠고 연구성과는 다시 산업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반복됐다.


결국 실리콘밸리를 만든 중요한 힘 가운데 하나는 **사람·기술·자본·연구가 계속 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였다.


동해에도 이 원리는 적용할 수 있다.


규모가 다를 뿐이다.


■ GS AI데이터센터에도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규모 AI데이터센터가 동해에 들어온다면 기업의 지역상생을 단순한 기부나 일회성 지원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투자는 **사람에게 하는 투자**일 수 있다.


지역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재를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하고 실제 채용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역기업에도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과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에는 실제 산업문제를 연구과제로 제공한다.


그 결과가 다시 기업의 기술혁신으로 돌아간다.


이런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데이터센터가 동해에 남기는 것은 건물과 세수만이 아니다.


**사람과 기술이 남는다.**


 ■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금 물어야 한다


동해가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고 해서 곧바로 AI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AI도시는 데이터센터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설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지식, 기업과 교육이 연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질문해야 한다.


동해의 학생들이 이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가.


지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가.


대학 연구진이 동해 산업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는가.


기업의 기술자가 다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동해에 대학이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약점만은 아니다.


■ 대학을 기다리지 말고, 대학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자


한림대와 시작한 협력은 발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문을 더 넓게 열면 된다.


삼척과 강릉의 대학에도 열고 전국의 필요한 대학에도 열자.


기업에도 열고 연구기관에도 열자.


동해시가 어느 대학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세계적인 대학 하나를 보유해야 성공한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대학과 기업, 정부와 지역사회가 서로 담을 쌓지 않고 사람과 지식이 계속 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동해에는 아직 대학이 없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꿔보자.


**대학을 기다리는 도시가 아니라 대학들이 찾아오는 도시.**

**대학 캠퍼스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배움과 연구의 캠퍼스가 되는 도시.**


그리고 언젠가 동해의 청년이 다른 도시로 떠나 A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동해에서 배우고, 동해에서 연구하고, 동해에서 일하고, 동해에서 창업할 수 있는 도시.**


AI데이터센터가 동해에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어쩌면 서버도, 건물도 아닐 것이다.


사람일 수 있다.


지형덕 | 시사K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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