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제치고 가장 신뢰받는 정치인 1위에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직 대통령이 2021년 이후 지켜온 자리를 무소속 의원에게 내줬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확대하거나 단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결과가 곧바로 차기 대선 지지율이나 양자대결 우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한동훈 1위’는 사실이다
〈시사I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6년 9월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1.4%가 한동훈 의원을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꼽았다.
이번 문항은 현재 활동하는 여야 정치인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인물을 직접 말하도록 한 주관식 조사였다. 한 의원은 2021년 이후 계속 1위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앞서며 처음으로 선두에 올랐다.
조사는 유·무선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8.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따라서 “특정 신뢰도 조사에서 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표현은 사실에 부합한다. [〈시사IN〉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569)
다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숫자가 있다. ‘신뢰하는 정치인이 없다·모르겠다·응답을 거절한다’는 답변이 39.3%로 가장 많았다. 한 의원의 11.4%는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지만, 국민 다수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조사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도 아니다. 한동훈 의원이 모든 정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앞섰다고 표현하면 과장이 된다. 정확한 의미는 ‘정치인 신뢰에 관한 주관식 조사에서 가장 많이 지목됐다’는 것이다.
한동훈의 상승보다 더 무거운 ‘이재명 신뢰 하락’
이번 조사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동훈 의원의 1위 자체보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의 신뢰가 동시에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5.9%, 불신한다는 응답은 50.4%였다. 0점부터 10점까지 측정한 신뢰도 역시 지난해 5.54점에서 올해 4.19점으로 1.35점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뢰도도 3.74점으로 전년보다 1.19점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호도의 변화라기보다 국정 운영과 인사, 민생·경제 정책, 권력기관 개편 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과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은 정책의 성과뿐 아니라 부작용과 갈등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야권 정치인은 정부의 문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 의원은 최근 주요 현안에서 선명한 메시지를 내며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왔다.
다만 이번 조사는 9월6일부터 8일까지 실시됐다. 따라서 조사 이후 나온 한 의원의 발언이나 정치적 행보가 이번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한동훈에게는 기회이자 더 어려운 시험이다
신뢰도 1위는 한동훈 의원에게 분명한 정치적 자산이다. 무소속이라는 조직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인지도와 정치적 상징성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도 한 의원의 발언권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신뢰도는 출발점이지 집권 능력의 증명서가 아니다.
한 의원이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정부 비판을 넘어 민생경제와 복지, 외교·안보, 지역균형발전 등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강한 언어와 현안 대응만으로는 핵심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어도 중도층의 장기적인 신뢰까지 확보하기 어렵다.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구축할 것인지, 기존 보수정당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개인의 인기가 조직과 정책 역량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신뢰도 1위는 일시적인 기대감에 머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여론을 다시 들으라’는 경고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이번 결과를 한 번의 조사라며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신뢰가 동시에 하락했다는 것은 국정 운영 방식 전반을 돌아보라는 민심의 신호다.
특히 인사 논란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보다 힘으로 돌파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신뢰 하락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의석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의 납득, 정책 성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조사 하나만으로 이재명 정부의 레임덕이나 권력 붕괴를 말하는 것도 성급하다. 신뢰도는 인사 쇄신과 정책 성과, 소통 방식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락한 숫자보다 정부가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결론: 한동훈의 대관식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울린 경고음
이번 조사 결과는 한동훈 의원에게는 정치적 기회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엄중한 경고다. 동시에 신뢰하는 정치인을 꼽지 못한 응답자가 39.3%에 달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 전체가 직면한 불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한동훈이 이겼고 이재명이 졌다’는 단순한 승패 구도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부에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요구하는 동시에 야권에는 비판을 넘어선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동훈 의원이 얻은 1위가 지속 가능한 정치적 신뢰로 발전할지는 앞으로의 정책과 리더십에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민심의 경고를 수용하고 인사와 정책, 소통 방식을 쇄신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조사는 한동훈 의원의 대관식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누구든 선두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정치권 전체의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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