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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내일을 묻다Ⅱ》 제6편 한 사람의 순직을 도시가 기억하는 방법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8.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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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방관·경찰관·공직자의 마지막 길, 동해시민이 함께 배웅한다면

오래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쉽게 잊히지 않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긴 장례 행렬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대단한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고, 소방 관계자들과 지역사회의 주요 인사들까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무척 엄숙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달랐다.


업무 수행 중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마지막 길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 놀랐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례 풍경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 장례가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당신이 우리 공동체를 위해 한 일을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도시 전체의 약속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순직 소방관 장례, 실제로 그런가


기억을 되짚으며 자료를 확인해봤다.


미국에는 실제로 순직 소방관(Line-of-Duty Death)을 위한 상당히 체계적인 장례 의전과 지원 체계가 있다.


미국 National Fallen Firefighters Foundation은 순직 발생 이후 유족 통보부터 장례·추모식 준비, 명예의장대, 장례행렬 등을 지원하는 지침과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관련 장례 지침을 살펴보면 장지로 향하는 행렬에 순직자가 근무했던 소방서 차량뿐 아니라 다른 지역 소방기관과 경찰 차량, 지역 관계자 차량 등이 참여하는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오래전 내가 미국에서 목격했던 긴 행렬이 모든 미국 소방관 장례에서 똑같이 이루어진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공무 중 순직한 소방관의 마지막 길을 동료와 지역사회가 공식적인 의전을 갖춰 배웅하는 문화가 미국에 존재한다는 기억의 핵심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바로 이 점을 동해시에 한번 제안해보고 싶다.


동해시에도 '공동체의 배웅'이 있으면 어떨까


동해시에서 어느 날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다 순직했다고 가정해보자.


또는 경찰관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할 수도 있다.


시민을 위해 일하던 공직자가 재난이나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관 내부에서 장례를 치르고 시장과 기관장이 조문하고 조화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할까.


물론 그것도 중요한 예우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고 싶다.


그 사람의 마지막 출근길을 도시가 함께 배웅하는 것이다.


시민을 지킨 사람에게 도시가 보내는 마지막 경례


예를 들어 동해시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가 순직한 소방관·경찰관 또는 공직자가 발생했을 경우, 유족이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기관과 동료, 시민사회 그리고 동해시가 함께하는 ‘동해시 공동체 추모·배웅 의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장지로 향하는 길의 일정 구간에서 동료들이 제복을 갖춰 입고 도열한다.


동해시장과 시의회, 관계기관 대표들도 함께한다.


지역의 사회단체와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다.


시민들은 태극기를 들 수도 있고, 말없이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예우다.


그 순간만큼은 직급도, 기관도, 정치도 내려놓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를 기억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 사람은 우리 시민을 지키다가 떠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도 순직자 예우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순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제도적 예우가 마련돼 있다.


소방청은 2024년 「순직소방공무원 예우 및 유가족 지원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예우를 높이고 유가족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추모행사와 국립묘지·소방충혼탑 참배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소방청은 별도로 순직자의 훈장 상신, 조의금 전달, 국립묘지 안장 등 장례업무 지원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제안하는 것은 기존 국가제도를 대신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마련한 예우에 '지역공동체의 예우'를 더해보자는 것이다.


장례문화가 현직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나는 이것이 단순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동해시 곳곳에서는 누군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불이 나면 소방관이 달려간다.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관이 현장으로 간다.


폭설과 산불, 태풍과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이 밤을 새운다.


평소에는 우리가 그 존재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위험이 닥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에게 도시가 분명하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


“당신의 헌신을 우리는 잊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지막까지 공동체가 명예롭게 기억한다는 믿음은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높이는 하나의 문화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보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순직자에 대한 예우는 무엇보다 희생 그 자체를 존중하는 공동체의 도덕적 의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 유가족


나는 오히려 유가족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를 잃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아들과 딸을 잃은 가족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떤 말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나와 장지로 향하는 길에 수많은 동료와 시민들이 서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본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가족의 희생을 이 도시가 기억하고 있구나.”


그것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예라고 생각한다.


동해형 '순직자 예우 의전'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동해시에 제안한다.


소방서, 경찰서, 해양경찰, 군, 시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칭 「동해시 순직 공직자 공동체 예우·추모 의전」을 연구해보면 어떨까.


누가 대상이 되는지, 어느 정도의 예우가 적절한지, 장례행렬과 도열은 어떻게 할지, 시민 참여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미리 협의해두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유가족의 의사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둘째, 보여주기식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기관별 기존 장례·보훈 규정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시민에게 참여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직의 범위와 예우 수준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원칙 아래 관계기관이 협력한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품격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도시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산업을 말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늘리고 좋은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헌신을 기억할 줄 아는 도시.

자신을 위해 일하다 떠난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추는 도시.


그리고 남겨진 가족에게

“당신의 가족을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도시.

나는 그런 것이 도시의 또 다른 품격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미국의 어느 거리에서 보았던 긴 장례행렬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도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 모른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장례행렬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희생을 공동체가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보여주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이제 동해시에 묻고 싶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 자신의 생명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 도시는 그 사람의 마지막 길을 어떻게 배웅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족에게

“동해시는 당신의 가족을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해의 내일을 묻다Ⅱ》가 던지는 여섯 번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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