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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내일을 묻다 Ⅱ》 제4편 빈 가게는 도시의 실패인가, 청년에게 내어줄 미래의 공간인가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8.12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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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실을 줄이는 정책에서 ‘도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정책으로



도시를 걷다 보면 경기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도 있고 새롭게 문을 여는 가게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불이 꺼진 점포가 있다.


유리창에는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한두 곳이라면 자연스러운 상권의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빈 가게가 계속 늘고 장기간 방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동해에서도 시민의 눈에 빈 점포가 적지 않게 들어오는 지역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빈 가게를 보며 불경기를 걱정하는 데서 끝나야 할까.


아니면 그 빈 공간에서 새로운 도시의 가능성을 찾아야 할까.


청년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어쩌면 ‘기회’보다 ‘실험할 공간’이다


청년 창업을 이야기하면 흔히 자금부터 생각한다.


창업지원금,


저금리 대출,


교육,


컨설팅.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작은 가게 하나를 시작하려고 하면 더 현실적인 벽과 만난다.


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집기,


관리비,


홍보비.


첫 손님을 만나기도 전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사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 청년에게 이 비용은 너무 큰 위험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있어도 시작하지 못한다.


그런데 같은 도시 한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점포가 있다.


한쪽에는 공간이 비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간이 없어 도전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 둘을 연결할 수는 없을까.


빈 점포를 ‘저렴한 임대공간’으로만 보면 안 된다


공실 활용정책이라고 하면 흔히 임대료 지원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월세 몇 달을 지원한다고 지속 가능한 가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원기간이 끝나는 순간 문을 닫는다면 정책도 함께 끝난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야 한다.


빈 점포를 완성된 창업공간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시험할 수 있는 실험실로 만드는 것이다.


3개월 동안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6개월을 더 해보고,


사업성이 확인되면 정식 점포로 독립한다.


처음부터 인생을 걸고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시험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패의 비용이 낮은 도시일수록 새로운 도전은 많아진다.


‘동해 로컬 실험가게’를 제안한다


가칭 ‘동해 로컬 실험가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동해시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상권별 장기 공실을 조사한다.


건물주 가운데 일정 기간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공간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시민, 예술가를 연결한다.


한 공간에서는 청년이 로컬상품을 판매한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사진작가가 동해 바다를 주제로 작은 전시회를 연다.


공예가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음식을 시험해 볼 수도 있다.


책과 음악이 있는 작은 문화공간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정답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도시 자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실험실이 되는 것이다.


모든 청년에게 카페를 열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 창업정책에서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상권이 어렵다고 빈 가게마다 비슷한 카페와 음식점을 채우는 방식이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늘어나면 기존 상인과 새 창업자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청년창업이 기존 자영업자와 손님을 나누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역에 없는 것을 찾는 일이다.


동해의 바다와 항구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


지역 수산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품,


여행자를 위한 짐 보관과 여행서비스,


해양 레저와 연결된 사업,


문화예술 체험,


어르신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생활문화 프로그램,


디지털 콘텐츠 제작,


지역기업과 연결되는 기술서비스.


새로운 창업은 기존 시장을 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묵호와 천곡은 같은 처방을 쓰면 안 된다


도시정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지역마다 다른 성격을 인정하는 것이다.


묵호와 천곡은 같은 동해시지만 상권의 성격이 다르다.


묵호는 여행자와 항구, 시장, 골목, 문화가 강점이다.


따라서 묵호의 빈 공간에는 여행과 체험, 로컬상품, 공예, 책, 음식, 예술처럼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어울릴 수 있다.


반면 천곡은 시민의 일상생활과 행정·상업 기능이 집중된 중심생활권이다.


천곡의 빈 공간은 청년 사무실, 공유오피스, 소규모 교육공간, 창작스튜디오, 생활서비스 등 일상적인 수요를 만드는 사업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지원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상권의 성격에 맞는 업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권을 살리려면 ‘가게’보다 ‘거리’를 봐야 한다


한 가게가 성공한다고 거리 전체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가 어떤 골목을 걷다가 좋은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면 주변에 또 다른 가게가 있어야 다음 소비가 일어난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사고,


작은 전시를 보고,


공연을 즐기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상권정책의 단위는 점포 하나가 아니라 거리와 동선이어야 한다.


빈 점포 열 곳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 효과가 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거리에 세 곳, 네 곳의 새로운 공간이 함께 들어오고 기존 상점과 연결되면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도시는 건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건물주도 도시재생의 중요한 파트너다


빈 점포 문제에서 쉽게 빠지는 오류가 있다.


건물주와 임차인을 서로 반대편에 놓는 것이다.


그러나 공실이 장기화되면 건물주에게도 손해다.


상권이 쇠퇴하면 건물의 가치도 떨어진다.


따라서 건물주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도시재생의 파트너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장기 공실을 일정 기간 실험공간으로 제공하는 건물주에게 리모델링 지원이나 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청년 사업자가 성장해 정상적인 임대계약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건물주는 공실을 줄이고,


청년은 위험을 낮추며,


도시는 새로운 콘텐츠를 얻는다.


세 주체가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야 정책이 오래간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이야기가 실패다.


우리는 성공한 창업자를 홍보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다.


사업에 실패하면 빚이 남고,


자신감을 잃고,


결국 지역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혁신은 실패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청년에게 “성공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작게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3개월 동안 아이디어를 시험했는데 손님이 없다면 사업을 접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으로 다른 일을 시작하면 된다.


그것은 정책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큰 부채를 안고 폐업하는 것을 막았다면 성공적인 실험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도 작은 창업은 필요하다


동해가 미래산업을 준비한다면 더욱 그렇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 시설 하나가 도시 전체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 하나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그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작은 사업이 만들어지는가다.


시설관리,

에너지,

보안,

음식,

숙박,

교육,

디지털서비스,

문화,

여가.


새로운 산업이 들어오면 주변에는 다양한 서비스 수요가 발생한다.


동해시는 지금부터 지역 청년과 소상공인이 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기업 유치가 지역경제가 되려면 기업의 담장 밖에서도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청년을 불러오기 전에 동해의 청년부터 붙잡자


지역소멸 대책에서는 외지 청년 유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다.


하지만 더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동해에 있는 청년은 왜 떠나는가.

지역에서 도전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고,

사업을 시작하려 해도 위험이 너무 크며,

문화와 일자리 선택지가 부족하다면 외지 청년을 데려오는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동해에서 자란 청년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청년정책의 출발점일 수 있다.


공실률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알아야 한다.


천곡동에는 실제 빈 점포가 얼마나 있는가.


묵호에는 몇 곳이 있는가.


6개월 이상 장기 공실은 얼마나 되는가.


임대료는 어느 수준인가.


어떤 업종이 문을 닫았고 어떤 업종은 살아남고 있는가.


상권정책은 이런 기본 데이터에서 시작해야 한다.


막연히 “경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다.


동해시가 상권별 공실지도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공실은 숨겨야 할 도시의 흠이 아니다.


해결해야 할 정책 데이터다.


빈 가게의 불이 다시 켜지는 도시


상상해 보자.


오랫동안 비어 있던 천곡의 가게에 어느 날 불이 들어온다.


청년 두 명이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한다.


묵호의 빈 가게에서는 젊은 작가가 바다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그 옆에서는 지역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


주말에는 여행자가 들어오고,


평일에는 시민이 이용한다.


처음에는 작은 변화다.


그러나 불이 하나 켜지고,


옆 가게에도 불이 켜지고,


사람이 걷기 시작하면 거리가 달라진다.


도시재생은 거대한 건물을 세우는 것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꺼져 있던 가게의 불 하나를 다시 켜는 것에서도 시작된다.


오늘의 질문


동해의 빈 가게를 우리는 불황의 흔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 공간을 청년에게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내어준다면 어떨까요?

청년이 성공하면 도시의 새로운 사업이 생긴다.

실패하더라도 큰 빚을 지기 전에 경험을 얻는다.

건물주는 공실을 줄이고,

기존 상권에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그리고 도시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는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거대한 지원금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번 해보세요.”

라고 말해주는 작은 공간 하나일 수도 있다.


동해가 청년에게 성공을 약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전할 기회를 주는 도시는 될 수 있다.

그것이 빈 가게의 불을 다시 켜는 가장 오래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동해의 내일을 묻다 Ⅱ》는 동해의 현실을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미래전략 칼럼입니다.


정답을 주장하기보다 사실을 확인하고, 질문에서 출발해 대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좋은 질문이 도시의 미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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