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가 행정과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AI 혁신 도시’로 대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발맞춘 조례 제정, 전담조직 구성, AI 데이터센터 유치, 전력특구 지정 추진까지 담긴 이번 계획은 분명 지방정부 차원에서 보기 드문 종합 전략이다. 방향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다만 AI는 선언보다 실행이, 구호보다 설계가 중요한 분야다.
■ 장려해야 할 점: ‘속도’와 ‘제도’를 동시에 잡았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AI 전환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본조례 제정 추진은 AI 정책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AI 대외협력관 위촉과 외부 전문가 중심의 실무추진협의체 구성은, 행정 내부의 한계를 인식하고 민관 협력을 전제로 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전담부서(또는 팀) 구성 방침이다.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의 AI·디지털 정책이 부서별로 흩어져 추진되며 실효성을 잃었던 것과 달리,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은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전제다.
■ 문제점과 우려: ‘AI 도시’는 인프라보다 사람이 먼저다
그러나 이번 계획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도시 혁신의 해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부지를 소비하지만, 지역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생태계 확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단순 유치 경쟁에 매몰될 경우 ‘전력 소모형 시설’만 남고 지역은 소외될 위험도 존재한다.
둘째, 행정 내부의 AI 활용 역량 격차 문제다. 실무형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옳지만, 단기 교육만으로 행정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AI를 ‘툴’이 아닌 ‘업무 방식’으로 바꾸려면 조직 문화, 평가 체계,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재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시민 체감형 서비스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하다. AI 행정이 시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민원·복지·재난·교통 등 생활 영역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 향후 반드시 준비·개선해야 할 과제
동해시가 진정한 AI 특화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AI 활용 우선 분야’를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 AI를 적용하겠다는 접근은 자칫 선택과 집중을 흐린다. 동해시의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해양·물류, 에너지, 관광, 재난 대응 등 동해형 AI 모델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둘째, 지역 대학·청년과 연결되는 인재 전략이 핵심이다.
AI 데이터센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인근 대학과 연계한 교육, 지역 정착형 인재 양성, 청년 스타트업과의 연결 전략이 없다면 AI 정책은 외부 기업 의존 구조로 남을 수밖에 없다.
셋째, AI 윤리와 신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본조례에는 기술 진흥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행정 AI의 책임 소재 등 시민 신뢰를 담보할 장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 결론: 선언을 넘어 ‘동해형 AI 모델’로
동해시의 이번 AI 혁신 도시 선언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AI는 구호가 아니라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다. 인프라 중심의 성과 경쟁을 넘어, 행정의 방식과 시민의 삶이 실제로 달라지는 ‘동해형 AI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AI는 기술이지만, 성공의 열쇠는 결국 사람과 설계에 달려 있다.
동해시가 그 점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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