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녹지(춘천시민 모두의 자산) vs 상업지구(일부 투자자의 이익)
[기고 - 강원자유공정연대 춘천지부]
춘천 옛 캠프페이지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 조건부로 선정됐다. 그러나 ‘조건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장은 마치 최종 성과를 따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핵심 부지는 여전히 도시계획상 자연녹지로 묶여 있으며, 이를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이 권한은 강원도에 있다. 결국 도와의 협의와 법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육동한 시장은 “정부가 인정했으니 도는 방해 말고 협조하라”는 식으로 압박한다. ‘소통의 행정가’를 자임해온 시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만과 독선만 남았다.
더 큰 문제는 방향 전환이다. 캠프페이지는 시민과 오랜 공론화 끝에 도심 시민공원으로 가닥이 잡힌 곳이다. 그런데 민선 교체 뒤, 시는 ‘첨단영상산업 거점’과 자연녹지의 상업지구 전환을 앞세워 계획을 틀었다. 지난해에는 재원조달과 주택 논란으로 공모에 탈락했지만, 올해 개발 면적을 줄이고 총사업비를 낮춰 재도전해 간신히 조건부 통과를 얻어냈다. 시민과 도의 합의보다 사업 통과에 유리한 숫자 맞추기가 우선된 셈이다.
강원도의 경우 공론화를 위해 무제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끝까지 춘천시의 참여를 기다렸다. 그러나 시는 단 한 명의 관계자도 보내지 않았다. 정작 ‘소통’을 내세우던 시장이 시민과 도 앞에서 논의의 장을 거부한 것은, 이번 사업이 얼마나 불통과 독선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도시재생혁신지구의 국비 인센티브 상한은 고작 250억 원이다. 전체 사업비 약 3,600억 원 가운데 국비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20%에도 못 미치는 춘천이 나머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PF·SPC 구조가 도입되면 개발이익은 특정 사업자에게 쏠릴 위험이 크고, 시민에게 돌아갈 몫은 더욱 줄어든다. 이는 대장동 사업이 보여준 “공공 명분 뒤 민간 특혜” 구조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결국 시민의 공공자산, 도심의 자연녹지가 사적 이익의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더욱 수상한 장면도 있다. 조건부 선정 발표가 나자마자 곳곳에 일부 시민사회단체 명의로 이를 축하하고 동조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러나 이 단체들이 누구를 대변하는지, 왜 그렇게 서둘러 움직였는지는 의문투성이다. 혹여 육 시장 측과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론화는 외면된 채, 동원된 듯한 ‘형식적 환영 여론’만 앞세운다면 이번 사업은 시작부터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춘천은 산이 많으니 굳이 공원이 필요할까”하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집에서 300m 이내, 0.5ha 이상 도보 접근 가능한 녹지’를 권고한다. 접근성과 일상성이 핵심이지, 차로 20분 거리에 산이 있다는 것은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한다. 도심 열섬 완화, 빗물 저류, 시민 건강 효과는 이미 수십 년간 검증됐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성공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의 경우 캠프페이지와 유사한 미군기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바꿔 도시의 자랑으로 키웠다. 춘천 역시 도심 한복판의 마지막 자연녹지를 시민 품으로 지켜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의문은 하나로 모인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급한 정치인이 치적을 쌓기 위해 시민과 도의 합의마저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자연녹지를 상업지구로 바꾸고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구조 속에서 제2의 대장동 사업과 같은 비리·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의혹이 짙다. 조건부 선정이라는 포장 뒤에 숨은 것은 ‘혁신’이 아니라, 선거용 성과주의 행정 또는 대규모 비리로 연계 가능한 어두운 그림자일 뿐이다.
더구나 육 시장은 강원FC, 벌말공원 등에서 보여준 불통 행정과, 부고장 계좌·접촉 사고 이탈 논란으로 드러난 도덕성 문제까지 짊어지고 있다. 과연 이런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 답은 시민들의 몫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시민들이 원하는 캠프페이지 부지 활용은 '일부의 이익과 특혜의 도구로서의 난개발'이 아닌, '시민 모두의 미래 자산인 자연녹지로서의 시민복합공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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