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 수준을 ‘효과가 있다’로 오도하고 있는 셈이다.
[의학칼럼] “맨발 걷기, 암을 고친다고요?” 과장된 희망에 경고장을 보낸다
지형덕 기자 │ 시사K뉴스
최근 TV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맨발 걷기가 암을 고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는 아직 단호하다.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작은 희망 하나도 크게 다가온다.
특히 암 투병 중인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 틈을 파고들며 최근 ‘맨발 걷기’가 암 치유법처럼 포장된 민간요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와 일부 언론에서는 “맨발로 걷기만 했을 뿐인데 암이 사라졌다”, “세포가 다시 살아났다”는 체험담이 확산되고 있고, 일부 대학 연구소는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과학적’이라는 외피를 씌우고 있다. 실제로 한 언론은 “적혈구 형태가 정상화되고, 염증이 줄었다”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암도 고친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과학적 검증 없이 ‘희망’이라는 포장지로 감싸진 위험한 유혹이다.
의학계는 왜 경고하는가?
우선, 해당 실험들은 대부분 소규모 관찰연구이거나 참가자의 주관적 체험에 의존한 질적 조사에 불과하다. 엄격한 무작위 대조시험(RCT), 장기 추적연구 등 의료계가 요구하는 표준 연구 수준에는 미달이다.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 수준을 ‘효과가 있다’로 오도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의 경우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이들이 흙길, 자갈길을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곧 외부 세균과 곰팡이,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 환자에게 맨발 걷기를 권장하지 않는다. 감염과 합병증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파상풍, 연조직염, 곰팡이 감염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있으며, 이런 감염은 항암치료 일정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걷기는 하되, 맨발일 필요는 없다
걷기의 건강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혈당 조절, 스트레스 완화, 수면 개선, 우울증 완화까지 걷기는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하지만, 이 모든 효과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접지(Earthing)'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일부 연구되고 있지만, 면역체계 전반을 회복시킨다는 주장이나 암을 고친다는 주장은 과학적 과장을 넘는다.
차라리 건강한 자연 환경에서 ‘신발을 신고’ 걸으며 햇빛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산책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기적’이라는 말에 속지 마라
누군가의 체험이 당신의 치료가 될 수는 없다.
누군가의 기적이 과학이 되기 위해선, 수많은 증명과 반복 실험이 있어야 한다.
‘맨발 걷기’가 건강을 위한 하나의 습관이 될 수는 있어도, 의료적 치료를 대체하거나 암을 치유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이 선을 넘는 순간, 과장된 희망은 환자를 병들게 만든다.
지금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검증된 치료와 따뜻한 돌봄, 냉철한 정보다.
희망을 원한다면, 과학이 말하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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