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도 그랬듯이, 본 계약 협상에도 양국간 신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100년 원전 동맹’을 강조한 것은 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 체코 정부와 발주사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제출한 입찰서류에 대해, △가격경쟁력 △공기준수 역량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측면에서 법률·경제·에너지 분야 200명의 전문가가 심층 평가한 후, 지난 7월 17일 팀코리아를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발표하였다. 이때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한 발언은 우리 원전과 건설역량의 우수성을 압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역량은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 도입 이후 50여 년간 국내·외에서 36기의 원전을 꾸준히 건설하면서 건설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 독자적인 원전 공급망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원전 건설역량을 뒷받침하는 근간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역량은 원전 건설단가 비교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전의 건설단가는 킬로와트(kW) 당 3571달러로, 프랑스의 건설 단가 7931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체코 원전 입찰에 프랑스보다 훨씬 낮은 입찰가를 써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각에서 덤핑이라 주장도 하지만, 이는 그 배경을 모르거나 아니면 무시한 일종의 폄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신뢰자산도 남다르다.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Barakah) 원전은 악조건 속에서도 원전을 적기 완공하는 우리나라의 건설역량과 책임감을 전 세계에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바라카는 찌는 듯한 더위와 모래바람이 수시로 부는 사막 지역이다.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도 우리나라는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원전 4기를 완공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약속은 지킨다”라는 신뢰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신뢰가 원전의 적기 건설을 원하는 체코의 마음을 사는 데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체코 두코바니 원전 5, 6호기 건설사업 입찰에서 우리나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원전 건설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받은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 우리나라와 최종 경쟁한 나라는 국제 정치·외교적 영향력이 우리보다 앞선 프랑스다. 그러나 프랑스는 최근 자국과 핀란드에서 원전 건설을 하면서 공기도 못 지키고 총사업비도 계획보다 크게 늘어나는 낭패를 봤다. 프랑스의 EU 역내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체코가 우리 손을 들어준 이유는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실적과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체코는 1985년 두코바니 원전 1호기를 필두로 6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원전 운영기술과 인력이 수준급인 나라다. 이런 체코가 객관적 평가를 거쳐 우리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향후 2~4년 안에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이 원전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가 체코의 결정 배경과 근거를 알게 되면,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우리 원전을 선택하는 결정을 자연스레 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체코와 백년인연을 맺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2020년 4월, 미국 에너지성 산하 핵연료워킹그룹(NFWG)은 “원전 수출은 100년간 도입국과 수출국 사이에 대규모 경제교류, 안보 및 지정학적 협력이 가능하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하면, 내년 3월 체코와 본 계약을 맺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도 그랬듯이, 본 계약 협상에도 양국간 신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100년 원전 동맹’을 강조한 것은 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체코측에 심어주는 것이 좋다. 본 계약 체결 전이라도, 이번 순방 때 양국간 맺은 다양한 협력 계획을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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